전시장,그림, 화가 이야기

왈종미술관 - 제주의 유쾌한 해학

숙 쵸이 2022. 4. 1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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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가장 유쾌한 미술관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 왈종미술관이다

정방폭포 앞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 도자기 모양의 집을 짓고 싶었다는 왈종

그의 미술관 건물을 올려다보면 예쁜 도자기를 떠 올릴 수 있다

 

밤에 보면 하얀 백자에 따뜻한 차가 담긴 느낌이 든다

 

직접 도자기 모양을 빚고 스위스의 건축가와 의논해 완성했다는 건물은

밤에 보면 참 따뜻해 보일 것 같다

 

 

입구에서 올려다보면 언덕 위의 아담한 건물이 참 편안해 보인다

육중하게 내리누르지 않는 건물이 친화적인 미소로 반겨준다

 

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

 

제주에 정착한 이왈종님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해학적으로 표현한다

행복과 불행 사랑과 고통 자유와 구속 외로움 등을

꽃 새 물고기 골프 노루 자동차 등의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보여준다

 

입장권이나 팜플릿도 허투로 만들지 않았다

관람을 끝내고 나서도

마치 작가의 작품을 대하듯 펼쳐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갤러리를 오래 기억할 수 있게 자꾸만 또 가고 싶게 만들었다

 

올레길 6코스 길을 걷다가 

장방폭포의 장엄함에 빠졌다가

그대로 잠시 들러 차 한잔 마시는 기분으로 이 갤러리에 오르면

계절에 관계없이 마음에 활들짝 꽃송이들이 피어나게 될 것이다

 

 

 

동화속의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가벼운 발걸음

호기심 어린 앨리스가 된 듯한 초롱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오른다

 

들어서는 이들의 얼굴빛은 그의 작품만큼 환해진다

 

 

 

이쯤에서 혹시 눈치 챌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대단한 눈썰미의 소유자다

 

이 왈종 작품 속에 아주 빈번히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골프하는 장면이다

 

흐드러진 꽃이 있는 소박한 집의 풍광 속에도

단란하게 마루에 모여 앉아 저녁을 먹는 평화로운 집의 풍광 속에도

영락없이 한 쪽 어딘가에 골프백이 세워져 있다

혹은 대놓고 열정적으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도 그렸다

 

 

이 정도면 골프광이 아닐까 하고 상상하게 된다

화가의 핸디는 어느 정도일까?

싱글은 벌써 했을 테고

홀인원이나 이글도 몇번 했겠지? 하며 상상하게 된다

 

 

실제 화가는 제주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다

남다른 골프사랑을 작품 속에 다양하게 표현해 놓아 보는 재미가 있다

 

 

집안에 누워서까지 골프채 그립 잡는 법을 연구하고 있는 모습에

골프사랑을 넘어서 진정한 승부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골프공에도 그림을 그려 판매하는데

호기심에 골프공을 집어들었다가 깜짝 놀랐다는 사실.

 

19금의 그림이 여과없이 그려져있다

이런 엉큼한 구석도 해학적이다

 

 

 

실제 미성년자 출입금지 전시실이 있어 놀랐다

미성년자가 아닌 나는 호기심에 들어가 보고 역시 미성년자가 보면 안되겠구나 후후

 

 

3층엔 화가의 아뜰리에가 있다

화가의 아뜰리에를 볼 기회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이다 

외출하시려던 사모님을 만났는데 친절히 안내 해 주셔서 천천히 살펴보았다

 

이 곳이 골프샵인가 하는 착각이 일 정도로 많은 골프채가 세워져있다

화가가 쓰다가 버린 골프채는 이렇게 멋진 오브제가 되어 작품처럼 보인다

 

 

편안히 기대어 앉아 영상으로 만든 화가의 수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방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영상 속의 그림이 얼마나 멋진지

시간 있으면 끝까지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옥상으로 오르면 제주의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갤러리가 있었구나 하며 감탄한다

멋진 작품이 절로 구상되어 질 듯 걸리는 게 없는 탁 트임이다

 

 

 

 

 

답답한 실내가 아닌 이렇게 시원하게 트인 곳에 전시되어있는 행복한 작품들

날마다 바다의 이야기를 모으고 있는 모습이 부럽다

 

 

 

갤러리를 나설 때는 늘 방앗간 처럼 들리는 아트샵

특이하게도 이 곳 아트샵은 갤러리 한켠에 마련되어 있지 않고 독립된 건물이다

이 아트샵 건물 자체도 작품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

또다른 갤러리에 들어서는 기분이 들게 해 준다

 

우산과 작은 파우치를 샀는데

우산은 보통 전시 후에 파는 약한 소재가 아니라 튼튼하게 제작되어 정말 맘에 들었다

그동안 유명화가의 전시장에서 샀다가 쉽게 부서져버린 우산살 때문에 실망한 적이 많은 나로서는

아주 만족감이 높았다.

우산 케이스까지 얼마나 멋진지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고 있다

어딘가에 요긴하게 쓸데가 있을  것만 같은 ......

 

 

이렇게 멋진 우산 속이라면 좋은 사람과 함께 들어가 빗속을 걷고 싶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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