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바이올린 듀오 리사이틀 - 피아니스트 김대진 , 바이올리니스트 파비올라 김

천안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대진과 바이올리니스트 파비올라 김의 듀오 리사이틀
비 내리는 밤이 더욱 운치있어 진다

퇴근길 러시아워에 걸릴 까 두려워
저녁 콘서트 날엔 꼭 일찍 출발해 예술의 전당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그래야 여유도 있고 안정된 마음으로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차 한잔 마시며 해질 무렵의 풍광을 잠시 즐기다보면 콘서트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진다

피아니스트 김대진은
유연한 테크닉과 개성이 강한 작품해석으로 독자적인 연주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연주자라고 소개된다
줄리어드 음대 재학 중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입상하여 한국의 위상을 높인 연주자다
2000년 1일 베토벤 협주곡 전곡 연주회를 열어 한 인간의 열정과 노력을 전달한 일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음악계의 한 획은 그은 사건이었다

파비올라 김은
고전음악에서부터 현대음악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고 연주활동 하는 젊은 연주자다
뉴욕 타임즈가 정확하고 눈부신 연주를 보여주는 뛰어난 솔리스트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곡 해석이 뛰어나고 감각적인 연주실력으로 청중을 매료시키는 능력이 있는 연주자라고 평한다

연주목록의 첫번 째 슈베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할 때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조심조심, 나긋나긋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피아노는 바이올린이 하는 말을 잘 들어주는 청자의 입장에서 가끔씩 추임새를 넣어주는 정도로
아주 편안하게 대화하는 모습이다
이어서 연주한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
이 곡을 듣는 내내 난 상상을 하며 들었다
연주를 하는 동안 이야기를 꾸며가며 듣는 버릇이 있는데
이 곡을 연주하면서 두 악기는 마치 대화를 시도하다가
언성이 높아져 가벼운 싸움으로 가는 부부의 모습을 닮았다
연주회가 끝나고 이 두 연주자가 부녀기간임을 알고는
얼른 부부싸움이 아닌 사춘기 딸과 아빠의 다툼으로 수정했지만...
바이올린이 고음을 내며 격하게 반응하면
피아노가 중저음으로 다독이기도 하고
때론 같이 고음으로 응수하기도 한다
마지막은 차분히 차 한잔 씩 나누며 마무리 하는 그런 음악이다
인터미션 시간에도 감동이 잘 가라앉지 않는다
감동을 15분 이내에 삭히기는 힘들지 않는가
이어지는 두 곡은 정말이지 혀를 내 두를 정도다
타르티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 악마의 트릴' 이란 부제가 붙은 곡은
악마가 연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만큼 까다로운 작품의 테크닉 때문에 붙여졌다고 하는데
파가니니를 떠 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고음이 저렇게 아름답게 치 솟을 수 있구나
가늘디 가는 고음으로 한없이 치 솟다가 갑자기 활을 수평으로 눕히며 저음을 만들어 내는 모습은
초인적인 기교를 부려야만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쉴 새 없이 고음과 저음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연주하는 파비올라 김의
눈빛과 표정은 옆에서 천둥이 쳐도, 지붕이 무너져도 동요하지 않을 듯 하다
소리를 자아내는 악기는 파비올라 김이 들고 있는 바이올린이 아니라
바로 그녀의 온 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듣는 내내 감정이 솟구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마지막 '파우스트 환상곡' 역시
악마에게 영혼을 팔면서 까지 힘을 얻으려는 파우스트와
달콤한 유혹을 하는 악마 메피스토 펠레스의 대화라고 상상하며 들으니
사뭇 위태위태하면서도 스릴있는 느낌도 들고
아슬아슬 위기감과 평화로움이 공존하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치지 않는 박수에 두연주자는 무대로 다시 올라와
두 곡이나 앵콜곡을 들려준다
그런데 악마의 트릴에서 너무 힘을 뺀 것 같아
여리여리한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더 곡을 청하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다정한 부녀 연주자는 무려 2곡을 더 연주하고 무대를 내려갔다
너무나 성심껏 연주를 해 준 두 사람에게 박수는 더 쏟아졌다
감사합니다
오늘밤 너무 행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