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 기념 음악회 - 피아니스트 이택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연주회란 연락을 받는 즉시
광클릭하듯 티켓팅을 했다
내가 피아노 연주회 티켓팅의 철칙은 중앙 앞자리 중 왼쪽자리를 선호한다
왜냐하면 건반 위의 피아니스트 손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원하는 자리 확보 성공했다
교향악단 단원들이 미리부터 입장해 연습을 하고 있다
난 연습장면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이다
소음처럼 들릴 수 있는 불협화음의 각종 악기들의 소리가
나에겐 그냥 아름다움 연주처럼 들린다
이번 연주회 피아니스트 이택기는 17세의 나이로
헤이스킹스 국제 피아노협주곡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후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국제무대에 정식 데뷔하여 현재 유럽, 미국 등지의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특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의 해석이 남다르고 완성도를 높인 연주자로 알려져 있다
오늘 연주곡 역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이다
인터넷에 많이 회자되고 있는 작곡가 별 피아노 곡 연주 방법이 있어 참고로 올려본다
쇼팽은 건반을 휘젓듯이
베토벤은 건반을 망치로 내려치듯이(템페스트나 월광곡의 라지타토 부분이 떠오른다)
리스트는 양손가락을 최대한 넓게 벌려 연주해야 하고
바흐는 마치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정확하게 하라는 뜻인 듯하고
드비시는 마치 솜털로 건반을 누르듯 부드럽게(드뷔시의 달빛이 연상된다)
세상에나 라흐마니노프를 보시라
손가락 10개 가지고는 부족할 듯 보인다
그리고 손가락도 최대한 늘려야 하니 웬만한 손의 크기로는 감당이 어려워 보이는 그림이다
실제 이택기가 연주하는 모습은 마치 혈투를 벌이는 듯 치열해 보인다
가끔 잔잔한 호수에 도달한 듯 느리고 부드러운 파트를 연주할 때면
나도 숨을 고르고 몸에 힘을 뺄 수 있었다
격정적인 연주에 땀이 흐르고 온몸의 세포가 긴장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광염 소나타'가 잠깐 떠오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하는 피아니스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어 더 감동이 깊었다
다른 연주자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 내가 얼마나 건반 위의 피아니스트 손가락에 집중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관악기와 타악기의 소리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는데 말이다
인터미션 후 라흐마니의 교향곡을 연주하는데
가장 돋보인 상임지휘자 정나라 님은 온몸을 던져 음을 끌어내었다
다소 덩치가 큰 지휘자 너무나 강하게 몰두하는 모습에
저러다 쓰러지면 어쩌지? 하는 염려가 될 정도다
곡의 피날레를 격정적으로 맺으며 잠시 현기증이 이는지 지휘대의 난간을 붙잡고 숨을 고르는 모습에
살짝 걱정이 되었다
잠시 후 밝은 미소로 객석을 향해 미소를 보낼 때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그의 머리는 비를 맞고 들어온 듯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오늘 연주회를 빛내준 피아니스트 이택기와 지휘자 정나라
그리고 충남교향악단 단원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