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젤리제 거리의 작은 향수가게- 레베카 레이즌 작, 노트르담 성당, 튈르리 정원, 물랭루즈
상젤리제 거리에서 시작되는 레베카 레이즌의 파리컬렉션 세번째 작품은
'상젤리제 거리의 작은 향수가게' 이다
책의 내용보다는 그녀가 찾아다닌 장소 위주로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좋아하는 상젤리제 거리
그 거리에 있는 세계 최고의 향수 제조회사에세 조향사 자격을 얻기 위해
그녀도 센강변의 작은 책방 주인공 처럼 미국의 시골마을에서 이 곳 파리에 온다
조향사 자격을 인정받으면
자신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대회참석의 기회가 주어진다
조향사로서 아주 의미있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파리가 낯선 그녀에게 경쟁자들의 방해가 여간 많은 게 아니다
왜 안 그렇겠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빛날 수 있는 걸.
참가자들에겐 이 아름답고 화려한 거리에 고급스런 아파트가 제공된다
참가자들 모두 입이 딱 벌어지는 상황이다
상젤리제 거리에 있는 고급 아파트라니.
향수의 모든 제조장과 연구실 등은 이 책에서 아주 화려한 건물로 묘사된다
미리 알았더라면
이 곳을 여행할 때 아마 향수를 만드는 제조장을 찾기 위해 많이도 두리번 거렸으리라
하긴
이 상젤리제 거리에 화려하지 않은 건물이 있었던가
내가 상젤리제를 좋아하는 이유는
화려한 명품숍 때문이 아니다
멋진 건물들이 많아서도 아니고
차도보다 넓디넓은 인도가 너무 시원스럽기 때문이다
실제 측정해 보진 않았지만
인도가 넓어 마음이 시원스레 열리고 걸음도 여유있어진다
주인공 델이 미션을 성공하기 위해 달려갔던 노트르담 성당
그녀는 파사드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 미션을 완성하는 대목이 있다
난 노트르담 성당 파사드 부분보다 이 뒷부분을 좋아한다
이 뒷부분의 모습이 그렇게 웅장하고 멋질 수가 없다
얼마전 화재사건이 그렇게나 안타까웠던 이유다
빨리 복원되어 멋진 위용을 드러내길 바란다
주인공 델이 한참 힘들어 할 때
가까운 사이이자 경쟁자인 렉스라는 남자가 그녀를 이끌고 몽마르뜨 언덕으로 데려온다
수많은 계단 길을 택해 한계단 한계단 올라 언덕을 오른다
이 곳에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 보며 많은 대화를 나눈다
델 그녀
몽마르뜨 언덕 바로 아래에 있는 이 물랭루즈에서
술김에 마음에 있는 말을 의지와 상관없이 쏟아내기도 한다
술을 잘 못 먹는 나는 이런 대목이 참 부럽다
술한잔 하면 용기가 생기고 그 용기로 속내를 밝히는 장면
나도 해 보고 싶지만 술을 마시지 못하니 나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좀더 새로운 향수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에게
튈르리 정원과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등은 많은 영감을 준다
왜 아니겠는가
이 아름다운 곳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영감이 떠오를 듯 하다
특히 튈르리 정원을 천천히 산책하는 일은 거의 그녀의 일과가 된다
나도 이 곳을 여행중 점심 먹을 장소를 찾다가
이 곳을 떠나기가 싫어 이 튈르리 안의 음식점에서 먹기로 했었다
아름다운 야외에서 점심을 먹으며 우리 너무 잘 선택했어 하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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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전 날 만들어 놓은 작품 앞으로 다시 달려가 보면
실망스럽게도 밤새 성분들이 서로 싸워서 갈라서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씁쓸하고 이상한 향을 풍길 때가 있었다
하지만 별 기대없이 다시 돌아가 보면
희망을 담고 아름답게 반짝이는 불빛처럼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성공작이 나를 맞이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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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발췌>
향수의 아름다운 향 속엔
조향사들의 고통이 함께 들어있는 것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일 중엔
해질녘에 루브르에 가는 일이었다
나도 여행 중에 루브르를 관람하고 일부러 야경을 보러 이 곳으로 다시 걸어왔다
와우!
루브르에서 보는 야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하다
이 멋진 피라미드에 비친 석양이 환상적이라
어둠이 짙게 내릴 때까지 이 장소를 떠나기가 싫었다
아마도 델 그녀 역시
이 광경에 빠져 해질녘 이 곳을 자주 찾았으리라
그녀가 찾아다닌 많은 미술관들
건물의 내장과 핏줄 모세혈관까지 모두 밖으로 내 보낸 듯한 건물 퐁피두는
파리 건축물의 해학을 보는 느낌이 든다
건물 자체만으로도 멋진 예술작품이다
그녀가 오르세 미술관을 보고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마리 로랑생이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난 사실 그녀가
미라보다리를 찾아가길 내심 기대했었다
마리로랑생의 연인이었던 아뽈리네르의 시에 등장하는 미라보다리
그러나 그녀는 샤넬 초상화만 보고 아뽈리네르는 끝내 외면했다
나도 사실 여행계획에 없던 미라보 다리를 갑자기 찾아갔었다
마리 로랑생의 그림을 만나는 순간
아 미라보다리를 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마음이 움직이고 몸이 반응 했다.
구릿빛이 섞인 초록의 다리 미라보
저 다리 위에서 보낸 시간이 파리에서의 어떤 시간보다 감정에 충실했었다
나에게 있어 파리는 바로 미라보 다리이기에
그녀 델이 만든 향수는 아마도 파리가 담겨있을 것이다
파리의 냄새
예술의 냄새
사랑의 냄새
그녀가 만든 향수는 아마 쉽게 뚜껑을 열지 못할 것 같다
그녀가 만든 귀한 향이 증발해 버릴 것 같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