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 - 새벽의 7인, 그리고 헨델의 사라방드

오래된 영화' 새벽의 7인'에서 기억에 남는 두가지는 줄거리보다

파르스름한 톤으로 이어진 영상과 마지막 장면에서 울린 헨델의 음악 사라방드다

 

프라하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내용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야기하고 싶다

 

전쟁,  암살자,  나찌, 레지스탕스, 배신

이런 단어로 점철된 영화이니 

현재, 관광객이 넘쳐나는 카를 교의 밝고 쾌활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독재자를 암살하기 위해 조직된 군인들은, 원래 목숨을 기꺼이 버리기로 하는 사람들 아닌가

주인공의 이 강렬하고 우수에 찬 눈빛이 내내 가슴을 울렁이게 했다

왠지 모를 죽음에의 암시같은 것이 그의 모든 표정에 담겨있었다

 

이 소녀의 눈빛이나 눈물에서 쏟아지는 애수도

쉽게 떨쳐내기 어려웠다

파르스름한 이 영상들 모두 잔잔한 물결처럼 일렁인다

 

이런 장르의 영화엔 꼭 배신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배신에는 필연이 있다

배신의 뒷배경으로 늘 가족, 사랑, 연인이 존재한다

 

 

목표로 했던 나찌 2인자의 암살에는 성공하지만

그 보복은 너무나 커다란 충격이었다

한 마을을 초토화 시킨 나찌의 대대적인 공격은 수많은 남자들을 처형하고

 여자와 노인들을 강제수용소로 보냈다

 

 

 

 

마지막 남은 7인을 검거하기 위해 그들이 피신하고 있는 교회로 집결하는 나찌

무자비한 총격전으로 5명이 사살되고 이제 두명 만이 남게 되었다

그들의 이름도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주인공 얀 만이 기억에 있다

그의 강렬한 눈빛과 함께

 

실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이 사진이 실린 기사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 사진은 남은 두 사람을 생포하기 위해

은신하고 있는 지하에 환풍기를 통해 물을 채우는 광경이다

 

 

 

 

 

점점 물은 차오르고

탈출을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을 인지한 두사람이 강렬한 눈빛을 교환할 때부터

난 예감하며 울컥하기 시작한다

 

그 때

장엄하게 울리던 음악

아! 

음악은 왜이리 슬프냐구요

 

 이 곡명을 알 지 못했던 호기심 많던 나는

무척이나 이 곡명을 알고자 안달했던 것 같다

아날로그 시대의 호기심은 그저 호기심일 뿐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두 사람이 남아있는 권총 탄알을 확인하고 서로를 응시한다

이 때부터 내 눈물은 겉잡을 수 없이 주룩거린다

 

 

내 흐느낌에 어깨가 들썩인다

 

난 거의 소리없는 통곡수준이 된다

 

 

이미 물은 두 사람의 목까지 차 올랐다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 안는다

그리고 서로의 머리에 총을 겨눈다

 

성당 밖까지 크게 울리는 총성에 헨델의 사라방드가 순간 정지했던 것 같은 기억이 있다

나만의 착각이었을 지 모르지만 왠지 음악이 정지했어야 더 극적이지 않았겠는가

 

새벽의 7인과 사라방드는 프라하에 대한 오랜 색감으로 남아있었다

파르스름한 톤의 영상과 사라방드의 장엄함이 깃든 조금 낡은 듯한 색감으로.

 

햇살 가득한 어느 여름

프라하 카를교를 가득 메운 관광객에 섞여 쾌활한 웃음으로 거닐게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