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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그림, 화가 이야기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 '길 위에서' - 서울 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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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는 에드워드 호퍼의 국내 최초의 회고전이라는 화제성이 강했다

그의 작품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면서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고 싶어 했던

나는 오랜 기다림이 이루어진 것 같은 마음에 얼리버드 티켓팅에 매달렸다

 

날짜와 시간까지 지정하는 예매시스템에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혼잡한 분위기를 만들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시립미술관은 천안에서의 접근성이 너무 좋아 

이 미술관에 갈 때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뉴욕 휘트니미술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전시회인데

'이층에 내리는 햇빛'이 와 주어 무척 반가웠다

 

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이층에 내리는 햇빛>

내 맘대로 해석한 그림 설명은

아름다운 숲이 있는 어느 조용한 여행지의 숙소에서

두 모녀가 나른한 오후를 즐기는 방법이다

 

엄마는 햇살 아래 읽을거리를 펼치고 있지만 자꾸만 숲으로 향하는 눈길을 어쩔 수 없다

반면 딸은 테라스에 걸터앉아 겉옷을 벗어낸 채 이 햇살을 즐기고 있다

 

뭔가 조용하고 고즈넉한 오후의 햇살이 두 사람 위로 가득 쏟아지면서

망중한의 한 순간을 만들어 낸다

 

호퍼 특유의 공간을 채우는 표정 있는 색감이 가득하다

 

3층까지 이어진 전시장이지만 오직 드로잉과 일러스트 작품이 있는 1층만이 촬영이 허가되어

좀 아쉬움이 남았다

구글 검색하면 주르륵 쏟아지는 이미지들보다

내가 찍어 온 한 장의 사진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호퍼도 전업화가로 처음부터 성공한 화가는 아니다

잡지나 광고지 등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시기

우연히 대학 동기인 조세핀을 만나면서 그의 화가로서의 입지가 굳어진다

 

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 <트루로 집에서 스케치하는 조세핀>

조세핀의 영향으로 수채화를 시작하게 되었고 또한 조세핀의 주관으로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전시를 할 수 있었다

호퍼는 이 전시회를 통해 그림도 팔기 시작하고 나름 인지도를 얻게 되면서

진정한 순수 화가로서의 출발을 시작한다

 

안타까운 점은 실력파였던 조세핀은 이후 호퍼와 결혼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버리고

남편 내조에만 힘을 쏟았다는 사실이다

 

고전적인 여인의 인생사가

이렇게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여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실제로 조세핀은 남편의 작품이 어떤 장소에서 어떤 모델로 제작되었는지

누구와 흥정했는지 누구에게 팔렸는지 얼마를 받았는지 등등

세밀한 메모를 한 수첩을 갖고 있었다

현재 뉴욕 휘트니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는 이 수첩을 디지털 영상으로 만들어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맨해튼 다리>

얼마 전 뉴욕 여행 중 만났던 맨해튼다리가 보이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저 푸른빛이 바로 옆에 있는 브루클린 다리와 대조되어 무척이나 현대적으로 보였다

고풍스런 브루클린 다리와 세련된 맨해튼 다리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 빠진 유명작품이나 작품해설은

영상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잠깐인 줄 알았다가 1시간이 넘는 영상이라서 조금 보다가 나왔다

 

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이른 일요일 아침>

내가 좋아하는 작품인 이른 일요일 아침이란 작품도 이 영상으로 만났다

이른 일요일 아침 거리에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반칙이지

이 얼마나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인가 하면서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주는 작품이다

 

햇빛속의 여인

이 작품을 1층에 전시하고 사진 촬영이 허락되었는데

포토존에 저 여인만 빼고 관람객이 여인 자리에 서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제대로 하려면 신발을 벗고 담배를 손에 쥐고 서 있어야 했다

 

호퍼의 그림을 만나고 그의 일생을 함께 살아보는 듯한 느낌의 전시회

난 무척이나 만족했다

 

뉴욕에 가서 그의 그림들을 좀 더 많이 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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