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만나러 달리(달려)갑니다
달리 보러 달리자
아재개그도 이런 아재개그가 있나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이 동대분 건물은
우주인들이 타고와 턱하고 내려 놓고 간 조형물 처럼 보인다
속을 들여다 보고 싶은 신비스런 곡선들이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땐
늘 원형 미로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어 뭔지 모를 장난기로 설레게 된다
입구에서부터 달리스런 익살로 그의 전시장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큐비즘의 대표화가 피카소의 그림을 오마주한 작품들이 많이 있지만 제2의 피카소는 되기 싫었던 모양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을 찾은 달리는 그야말로 몇 안되는 살아서 명성을 날린 화가가 되었다
달리의 인생에서 그의 뮤즈 갈라를 떼어놓고 설명하긴 어려울 것이다
달리의 평전을 읽었는데 자신의 사랑에 도덕적 가치를 뛰어넘는 당위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누구든 자신의 사랑은 가장 아름다운법이니까
비록 친구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
친구를 불행에 빠뜨리고 자신의 행복을 찾았다고 해도 자신의 사랑은 아름답다고 치부하고 싶었을 것이다
갈라, 그녀도 평범한 모랄로는 이해하기는 어려운 여인이다
달리의 천재적 예술성을 끌어내어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인정받게 한 노고는 박수를 칠 일이지만.
이 글에 실린 작품들은
전시장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그림제목만 메모해 와 <다음 이미지검색>으로 가져온 사진들임을 알린다
이 그림은 강렬한 안달루시아 지방의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아뜰리에를 상상하게 한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걸 보면 오후 쯤이 아닐까
문 밖은 눈부시다
아직은 아닌데 곧 검은 어둠이 다 잠식해갈 것만 같은 두려움의 크기가
점점 늘어가는 느낌의 그림이다
바티칸 성당, 강화유리 안에 박제되어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이리도 분방하게 탈출시키다니
달리의 연대기를 꼼꼼히 보여주는 전시회였다
전시작품 수가 꽤 많아 전시장을 나설 때 서운감이 없었다
그래, 이정도면 달리 작품 충분히 봤어
하는 만족감이 인다
전시장의 흐름도
딱딱한 사각 프레임만으로 채우지 않고 달리의 작품과 어울리게 곡선을 적절히 배치해 흐름이 부드럽고 예쁘다
출구로 나가면 재진입 할 수 없습니다라는 앵무새같은 안내원의 말도 고깝게 들리지 않았다
이 전시장을 나서면서 웃음이 나왔다
달리가 역대 화가들을 평가한 점수표를 보면서.
사각프레임만으로 그림을 완성한 몬드리안은 거의 빵점이고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를 그린 베르메르한테는 아주 후한 점수를 주었다
마네도 달리한테 그다지 호감을 받지 못했나보다.
달리 이 남자 참 맹랑하군 하면서 크게 웃었다
설치물도 달리다운 익살이 느껴진다
1층에서 보면 입술과 코 눈 정도만 보이는데
2층으로 올라가 보면 완벽히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다
굵은 천으로 둘둘 말아놓은 것이 아름다운 금발머리였다
달리의 작품은 스페인 피게레스에 있는 달리 미술관에 가서 보고 싶은 로망이 있다
햇살 쏟아지는 도시에서 만나는 달리가 제격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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